잊을 수 없는 그 멋 – 바람과 눈의 향연(첫째날~다섯째날) 만주·백두산 여행후기

2012년 2월 겨울만주 / 작성일 2월 24일 닉네임 : 사피엔티아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에서 “광활한 설원위에 펼쳐진 자유,

세계 3대 겨울축제 하얼빈빙등제에서 시베리아 국경까지“

란 타이틀로 4박 5일 여행을 떠난다는 공지를 본 순간,

난 언젠가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인 “동 아시아 생명대탐사, 아무르”의 장면들이

오버랩 되면서 그때의 생생한 감동이 되살아나 매우 기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설원, 바람의 조각품인 민둥산, 집단으로 움직이는 네 발 동물인

몽골리안 가젤과 야생늑대의 쫒고 쫒기는 질주가 설원을 깨우는 장관, 거대한 얼음위를 달리는 마차,

아무르강 지류인 차간호(중국인들은 이곳을 신성한 백색호수라고 부른다.)에서의 고기잡이

(– 바람막이 하나 없는 영하 30℃인 빙원에서 40여년의 경험의 산물인 육감으로 얼음 속 물고기들의

움직이는 소리와 공기방울의 소리로 물고기의 위치를 파악하여 얼음구멍을 뚫고 그물을 넣어 물고기를

잡는 장면은 신성한 호수에서 2천년 간 지속된 고기잡는 방법이다.)

혹독한 자연은 인간과 야생을 강인하게 만들며, 인간은 보호를, 야생동물은 순종으로 답하며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들은 수천 년 지속된 협업이다.

겨울 강은 얼어있지만 넉넉함을 잃지 않는 다양한 모습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생명은 잉태되어 순환적인 삶의 방식으로 순응하고 극복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은

예술, 그 자체였으며, 보고 있는 내내,

기회가 되면 설원을 경험해 볼 기회가 주어지기를…… 한 기억이 떠올랐다.

 

첫째 날 (2012, 2,11, 토)

20시, CZ684 편으로 인천공항 출발 ~ 21시 20분, 하얼빈공항 도착, 숙박

 

평일엔 우리 집(잠실)에서 공항까지 50분이 소요되지만 토요일 오후라 공항 가는 버스가 지체될 것을

감안하여 6시에 만나기로한 시간보다 1시간 30분전에 공항버스를 탔다.

예상과 달리 시내를 빠져나가는 데만 1시간이상이 훌쩍 지나갔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가져오지 않아 난감하고 초조해진 나는 옆자리에 앉은 낯선 부인에게 핸드폰을

빌려 큰딸에게 전화를하여 공항에 많이 늦을 것이라는 전화를 기획자님에게 하도록 하였다.

(그날, 운이 좋게도 큰딸이 집에 있었다.) 6시 30분이 지나가는 데도 공항까지는 아직도 멀다.

차안에서 아무리 안달복달한들 아무 소용도 없음을 깨달으면서

“그래, 이번에 내가 여행을 떠날 운이라면 비행기 떠나기 전에 도착 할 것이니 마음을 비우자….”

생각하니 진정이 되었다.

7시 5분전에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여 짐을 부치고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찾고

비행기에 탑승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가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우리 일행은 하얼빈의 차가운 밤공기를 음미하며 맥주 집에 갔다.

다섯 종류의 맥주를 마시면서 순식간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 같은 친근감은

분위기를 띄우기에 충분하였다.

 

둘째 날 (2012, 2, 12, 일)

731부대 유적, 성소피아성당, 중앙대가, 송화강, 태양도 눈 조각축제, 하얼빈 빙등제,

야간침대열차로 만주리로 이동

 

원래 작은 농촌 마을인 하얼빈은 1898년 러시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장하면서 하얼빈이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으며,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에는 약

50만여 명의 러시아인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오면서 지금과 같은 러시아 풍의 모습으로

변모되기 시작하여 동방의 모스크바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얼빈은 특히 한국인에게 각별한 곳으로 다가온다. 바로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

부미를 저격한 역사적인 장소인 까닭이다. 따로 안내판 등이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하얼빈

기차역 내 플랫폼 바닥에 저격 지점이 화살표 모양으로 표시돼 있다.

시내의 조선민족예술관1층에 위치한 안중근의사기념관에는 유물과 어록, 저격 상황을 재현한

모형 등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이곳은 들르지 않았다.

 

하얼빈 역에서 1시간 거리에는 일본군이 생체 실험의 만행을 저질렀던 악명 높은“731부대” 유적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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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부대”는 일본군이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역급수부대”로 위장하여 생체 해부,

동상실험, 전염병 및 외과 시술 등 온갖 생체실험을 자행한 대학살의 현장으로, 실험 대상

인 인간을“마루타(통나무)”라고 불렀다.

일본은 가장 비인간적이고 잔학하고 가증스러운행위를“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 시켰다.

많은 수의 독일 전범은 사형당하거나 투옥되었지만, 수천 명의 인간을 희생시킨 731부대의

군의관, 과학자들은 단 한 명도 투옥되거나 사형당하지 않고 전후 일본의 정계, 학계, 의료계, 교육계,

재계 등 각 영역에서 높은지위를 확보하였다. 과연 이들의 만행이 합리화될 수 있을까?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중 이보다 더 잔인한 짓은 없을 가장 끔찍한 행위들이

망각되고 있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하얼빈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정교회(正敎會:바른 믿음)인

성소피아성당이다. 높이 53.35m, 총면적 721㎡, 초록색 돔 형태의 지붕과 붉은색벽돌의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져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신에 대한 간절한 기도를 상징하는 쿠폴(kupol)은

타오르는 대지의 촛불 형상으로 되어있다.

촛불은 자신을 정화하고 온전히 불태우는 지고지순의 희생으로 상징화된다.

쿠폴 위에는 하늘을 향한 슬라브 십자가가 있다. 일반적으로 십자가는 가로막대가 하나인데,

슬라브 십자가는 가로막대가 3개이다. 그리스도가 매달린 육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십자가 맨 위의 작은 횡목은 그리스도의 머리요, 중간의 긴 가로막대는 못 박힌 그리스도의

두 팔이며,맨 아래 횡목은 그리스도의 두 발을 상징한다.

수백 명이 동시에 미사를 올릴 수있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성당이었으나,

혁명 때 성당내부의 조각품들, 성화들이 모두 파괴되어 지금은 건물외관만 남아있어

미사를 드리는 성당 본래의 기능은 사라지고, 성당 안에는 하얼빈의 역사가 담긴 흑백사진들을

전시해놓은 공간으로 추락해버려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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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의 번화가인 중앙대가(中央 大街)는 러시아, 유럽풍의 건물이 줄지어 있어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도심지역에서 송화 강까지 이어지는 메인스트리트이다.

1900년에 완공된 1450미터의 도로 바닥은 화강암을 일일이 수 작업한 886만개의 돌이 깔려있는데

지금도 만들어진 당시의 상태로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 길을 거닐고 있노라면 “중국 속의 모스크바“,”중국 속의 유럽“을 느낄 수 있으며,

거리 양 옆으로 각국의 다양한 식당, 커피숍, 상점, 기념품점들이 있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명물중의 하나가 소시지와 빵인데 러시아 사람인 Churin이 개발한 소시지는

중앙대가의 Churin Food 에서만 판매되며,

1925년에 문을 연 빵가게는 빵이 나오는 시간쯤이면 빵을 사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줄을 서서 빵을 사먹었는데 명성만큼의 깊은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중앙대가의 끝에 방홍 기념탑이 서 있고 그 앞에 송화 강이 흐른다. 이 탑은 1957년 송화 강

홍수가 심하게 났을 때, 국민들이 잘 극복해냈음을 기념하기위해 세운 것으로,

랜드마크 역할을 해주어 많은 사람들이 약속장소로 이용해 항상 북적거린다.

 

중국 동북지방 지린성[吉林省] 및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을 흐르는

송화 강(Songhua Jiang)의 총길이는 1,927㎞이며 헤이룽(아무르)강의 주요지류로

지린 성과 한반도의 경계 부분에 있는 창바이 산맥[長白山脈]에서 발원한다.

중국에서 3번째로 큰 강으로 우리나라 한강의 약 4배가 되며,

강줄기를 따라 만주를 지나 동북쪽으로 가다보면 러시아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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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유람선이 떠다니는 송화 강이 겨울엔 두께가 30㎝이상으로 얼어붙으며, 송화 강의

얼음은 가소성이 좋아서 조각하기에 안성맞춤으로 세계 3대 겨울축제중의 하나인 하얼빈 빙등제의

얼음조각용으로 쓰인다. 꽁꽁 언 송화 강 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연날리기, 썰매타기, 팽이치기 등의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도 하고 연인들은 데이트를 즐긴다.

송화 강에서 태양도 공원까지는 케이블카로 이동할 수도 있다.

태양도 눈 조각 축제를 보기위해 겨울 송화 강을 걸어서 태양도까지 가겠다는 우리에게

현지 가이드는 위험하다며 차로이동하길 고집하여 어떠한 위험도 각자가 책임지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서명을 한 후에야 걸어갈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바위만큼이나 꽁꽁 언 송화 강의 얼음 위를 걸어서 건너는

맛과 즐거움을 그 무엇에 비유할 수 있으리!!!!

 

눈 조각 축제가 열리는 태양도는 송화 강 건너편에 있는 모래섬으로 섬전체가 공원이다.

태양도에 들어서자 100여 년 전의 러시아 별장과 고택들이 즐비한 거리는 무척이나 고즈넉

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눈 조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맨 처음에 나무로 틀을 짜고 틀 안에 눈을 채워 넣은 다음에,

채워 넣은 눈이 얼어붙으면 틀을 해체하고, 눈 덩어리를 조금씩 깎아내어 만들고자하는 모양을

3~4등분하고 대략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도록 듬성듬성 깎은 후, 세밀한 작업에 들어가

원하는 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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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며 맑게 반짝거리는 순백의 눈 조각들은 판타지의 느낌으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작가도 참여하였다고 하며, 꿈꾸는 듯 한 여인의 얼굴이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꿈을 꿀 수 있는 한, 에너지가 활성화되어 생동감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길고 추운 겨울로 “얼음성”이라는 별칭이 붙는 하얼빈에서는 해마다 겨울을 만끽할 수 있

는 눈과 얼음의 축제가 펼쳐진다. 세계 3대 겨울 눈 축제로 꼽히는 하얼빈 빙등제(氷燈祭:

매년 1월 5일부터 2월말까지 진행)인 방대한 양의 얼음조각품들에게서는 예술적인 그윽한

향기보다는 키치적인 분위기가 더 강했으나, 얼음 조각에 오색 등불이 켜져 빛의 향연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동화의 나라로 탈바꿈하여 보는 이들을 동화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은 한번쯤은 경험해보면 좋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취향엔 얼음조각보다는 눈 조각이 더 깊이 내안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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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등제를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러시아와 동북아시아를 가르는 대흥안령 산맥을 넘어 내몽

골의 북동부 끝으로 가는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 동토의 땅 러시아 국경도시인 만주리로

이동하였다.

 

 

셋째 날 (2012, 2, 13, 월)

 만주리, 국경전망대와 경계비, 러시아공예관, 마트로시카 인형공원,  

현재 중국과 러시아와 몽골공화국 3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에 러시아와 중국의 가장 큰

국경도시였던 만주리는 지금도 중국전체 국경 중에서 가장 큰 도로와 국경해관이 있다.

국경무역에 종사하는 러시아인들이 많아 거리의 간판에는 러시아, 한문, 몽고글자가 함께

표기되어있어 이색국경도시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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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전망대와 경계비가 있는 곳은 말 그대로 칼바람이 불어 눈만 내놓고

꽁꽁 싸매고 걷는데도 매서운 찬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으며, 눈썹엔 금새 서리가 맺히는

강추위였다. 그 속에서 군인들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은 긴장감을 느끼게 하였다.

 

전망대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외관을 푸른색으로 단장한

러시아 공예관(공예관 안에는 미술사에 등장하는 명화들을 카피한 그림들, 위인들,풍경, 도자기그림,

주화, 생활용품, 마트로시카인형 등의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과 그 맞은편에는

러시아의 전통인형인 거대한 마트로시카 인형들로 꾸며진 마트로시카 인형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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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로시카 인형은 인형 속에 또 다른 인형들이 반복되며 들어있어 다산과 풍요를 뜻하는“어머니 인형”

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맨 마지막에 나오는 쪼그만 인형을 보면서 하나의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고 한다.

인형에 그려진 그림들은 전통의상을 입은 건강미 넘치는 러시아 농촌 여성을 비롯하여 각국의 정상들,

유명 팝스타들, 각종 식물문양과 기하학적 문양들, 귀여운 캐릭터들, 그리고

한복을 곱게 입은 한국여인의 모습까지… 다양한 화면을 감상할 수 있었다.

 

 

넷째 날 (2012, 2, 14, 화)

후룬베이얼로 버스이동(3시간), 칭기스칸 공원, 일본군 지하 동굴기지, 소나무 숲 

만주리에서 3시간여의 버스를 타고 후룬베이얼 시로 향하였다. 후룬베이얼 시는 내몽골 자치구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몽골, 북서쪽으로는 러시아, 동쪽으로는 흑룡강성과 맞닿아 있으며,

겨울엔 영하 45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이 찾아오기도 한다. 후룬베이얼로 이동하는 길에 동북아시아 최고의 초원지대인 후룬베이얼 초원이 있는데 겨울엔 끝이보이지 않는 새하얀 눈으로 덮여 만들어내는 설경은

인간의 언어로 수식한다면 불경죄에 걸릴 것 같은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초월한 장관이었다.

차가운 바람과 눈 아래서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듯이” 여름에

진한 녹색의 싱그러운 초원을 연출해 내기 위해 혹한의 추위를 말없이 품고 견디어내는

풀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숙연한 마음으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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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출발하고 2시간 가까이 되었을 때,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광활한 설원은 아름다웠으나, 매서운 추위 속에서 펑크가 난 차를 수리하는 운전기사님과 가이드 언니,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등줄기엔 순간 한줄기의 차가움이 흘러내리며 아름다운 설원풍경이

야속하기까지 하였지만, 우리 모두의 기원으로 40여분쯤 지나 차는 원상을 회복하고 다시 출발하는

해프닝도 경험하였다.

 

칭기스칸 공원의 거대한 눈 조각들은 이미 태양도에서 맛본 눈 조각품의 여운으로 인해 그

빛을 발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만주국 시절, 일본이 러시아와 대치하며 후룬베이얼을 중요한 군사령부 기지로 만든 유적인

거대한 일본군 지하 동굴기지를 참관하였다. 1931년 9월 만주를 침략한 일본관동군은 청조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宣統帝) 푸이(溥儀)를 집정이라는 자리에 앉힌 후, 만주국을 수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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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국의 실세는 관동군 사령관이었으며, 경제면에서도 일본의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전 철도를 경영하고

개발 사업을 독점하는 등, 일본이 실세를 장악하였으나 1945년 8월 소련군의 참전으로

일본 관동군이 패퇴하면서 무너졌다.

거대한 지하기지를 둘러보면서 근현대사에 대해 해박하였다면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을 좀 더

생생하게 느꼈을 것 같았다.

중국인들에게 “731부대”나 “일본군 지하 동굴기지”는 반일사상을 일깨우는 중요한 역사

현장일 것 같다.

 

동굴기지 옆에는 그 옛날, 몽골인 들의 성소였을 소나무 숲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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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이상 된 소나무만 2만 그루 넘게 있는 소나무 숲,

언제나 푸르러 독야청청한 아름드리 소나무가지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하얀 눈의 대비가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며 신령스런 기운이 감돌면서

넉넉한 대지, 어머니의 품을 연상케 하였다.

중국인들은 이곳을 “명인봉”이라고 부르며, 국가의 중요 인사들이 후룬베이얼에 오면

반드시 이곳에 들른다고 한다.

 

예정에 없는 후룬베이얼 호수를 체험시켜 주고 싶다는 기획자님의 깜짝 이벤트는

우리를 감동케 하기에 충분하였다.

말이 호수지 이건 바다를 방불케 하는 규모에 압도되었다. 단단하게 얼어있어

바위 같은 호수 위를 걷는 기분은 이번 여행에서의 백미중의 하나였다.

우리땅사랑 후룬호수3

보너스로 함께 한 정군의 춤, 김샘과 파트너의 스포츠댄스는 보는 우리도 좋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의 끈을 더욱 견고하게 해 줄 것이다.

야생 불루베리, 불루베리 쥬스 등을 사고, 저녁식사로 장작불로 직접 요리사 언니가 요리를

해주는“잉어탕”을 반주와 함께 맛있게 먹은 후에,

다시 후룬베이얼에서 야간 침대열차에 몸을 싣고 하얼빈으로 향하였다.

 

하얼빈에서 만주리로 이동할 때와 후룬베이얼에서 다시 하얼빈으로 이동할 때 이용한

야간침대 열차 안에서 9시 30분 무렵 소등이 된 후, 손전등의 불빛아래서 맥주를 마시며

세대간의 벽이 없이 다양한 화제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분위기는 마치

깊은 산속 초가의 안방 화롯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구수한 입담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처럼 정겹고 열린 소통의 공간이었다.

 

다섯째 날 (2012, 2, 15, 수)

흑룡강성 박물관, 중앙대가 자유쇼핑, 하얼빈 공항에서 CZ 683편으로 인천공항으로 출발

 아침 7시 무렵 하얼빈 역에 도착하여 흑룡강성 박물관이 문을 여는 9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우리 일행은 호텔의 목욕탕으로 향하였는데, 아침 식사와 함께 목욕을 할 수 있었다.

여행 내내 추위에 대비하기위해 단단하게 옷을 입었던 우리일행은 양파껍질을 벗기 듯 가장 얇은

가운의 가벼운 natural한 차림으로 호텔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으면서 마치 한 가족, 식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목욕을 하여 릴렉스된 뽀사시한 모습으로 흑룡강성 박물관을 향하는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이층으로 이루어진 흑룡강성 박물관 1층에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서예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으며,

이층은 두 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 역사유물관에선 한 나라 때의 유물을

기획전시하고, 자연사관에서는 거대한 공룡의 뼈, 매머드화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의 규모, 유물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세계의 박물관들과 견주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의 분위기에 익숙한 나에게 흑룡강성 박물관은 애교수준이었다.

 

여행은 일상의 틀로부터의 일탈이며 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는 나의 주변의 모든것들이 내게 맞추어지길 바란다면,

여행에서는 내가 자발적으로 자연환경, 사람들, 문화, 음식, 언어 등의

새롭고 낯선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추어 나감으로써

아는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그 자유로움은 내게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어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 갈 때쯤이면 또 다시 새로운 다음의 여행을 꿈꾸게 되는 것 같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이번 여행의 매끼 식사는 이름난 맛집 기행 같았다.

우리의 한식에 익숙한 입맛에 저항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동화되는 음식의 맛,

반주로 마시는 깔끔한 술맛, 그리고 함께한 이들의 정겨운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영하 20℃ 이하의 혹한의 날씨마저도

녹여주었으며,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 모두를 이완시켜

열린 시선으로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긍정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아름답게 느끼게 하여

4박 5일 내내 행복하게 해주었다.

 

20대 1명, 30대 3명, 그리고 50대 2명, 총 6명의 참가자와 기획자님, 가이드님의 소수정예로

이루어진 이번 만주일대 공정여행은 서로 다른 식재료들이 요리사의 손끝에서 혼합되어

기막힌 맛의 요리가 만들어지듯이, 여행에 참가한 각자가 가진 톡톡 튀는 개성들이

기획자인 최 정규 작가님의 보이지 않는 배려 속에서 한데 어우러져

“사랑이 잘 통하는 얼굴, 영혼이 잘 통하는 얼굴, 기쁨이 잘 통하는 얼굴, 감사가 잘 통하는 얼굴,

 희망이 잘 통하는얼굴, 생명이 잘 통하는 얼굴”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일품요리가 탄생되었다.

 

“만주, 광활한 설원에 펼쳐진 자유”를 내걸고 진행된 이번 공정여행은 시간이 흐른 뒤에

도 가끔씩 기억 속에서 꺼내어 다시 음미해도 여전히 현장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생생하게

느끼게 할 행복한 명품여행으로 살아있을 것이다.

잊을 수 없는 그 멋 – 바람과 눈의 향연(첫째날~다섯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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