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내몽골 참가자 김금숙님
내몽골 여행은 나를 춤추게 만들었다
국제민주연대가 주관한 4박5일간 내몽골 공정여행, 한마디로 너무 좋았다. 내몽골의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은 찌든 일상으로 칙칙해진 내 눈을 정화시키고도 남았다. 난생 처음 가본 곳에서의 낯선 첫 경험들 하나하나가 참 신기했다고나 할까. 불편하지만 낭만적인 게르에서의 이틀 밤과 낮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겉은 하얗고 안은 현란한 색깔이 조화로운 게르라는 건축물에서 몽골인들의 생활과 예술감각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몽골인들의 삶과 노동, 영토확장의 주 무대가 되었을 푸르디푸른 초원. 그 끝없는 넓이와 깊이감이 인간 존재의 심원을 더듬어보게 주었다고 하면 심한 과장일까. 1시간 남짓 말을 탄 주제에 비밀부위(?)에 찰과상을 입어 여행 내내 고생했던 나. 하지만 긴장된 팔과 다리의 초보자로서 말을 타고 초원의 바람을 가르며 달렸던(정확히는 걸었던) 그 시간과 공간은 내일 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나를 어린 아이처럼 춤추게 만들었다. ‘오보’ 주위를 빙빙 돌며 기도를 하고, 몽골인들 영혼의 악기 마두금 연주를 들으며 감탄을 하고, 중산층 몽골인 집에서 그들만의 먹고 사는 얘기를 들으며 공감했던 여행. 그래서 나에게 공정여행은 ‘공감여행’이다. 물론 화장실에서 여럿이 엉덩이 까고 볼일 보기, 부러 뺀다고 해도 조리 기구에 남아 음식에 배인 향신료 ‘고수’의 맛까진 여전히 공감이 안되지만 말이다ㅋㅋ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내몽골 여행 전 공정여행은 ‘뜻은 좋은데 골치 아픈 여행’이란 선입견이 있었다. 내가 평소 하는 일이 뭔가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을 위해 주장을 하는 것들 인지라 여행만큼은 암 생각 없이 편히 쉬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다. 장기 자유여행을 선호하지만 휴가기간은 짧고, 준비시간은 부족해 엄두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팩키지 여행이 시키는 대로 하니 편하고 좋을 것 같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한 일들이 꼭 생기니 꺼려지더라. 여행은 가고 싶은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에 국제민주연대의 내몽골 공정여행을 만난 것.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좋은 일을 하는 시민운동 단체에서 주관하는 것이니 믿는 바가 있었고 프로그램도 의외로(?) 알차다는 생각에 선택했다. 내 선택은 옳았다. 몇몇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여행 일정은 공정여행만의 특별함이 있어 뿌듯했다. 세계 최고, 세계 최대라는 외형적 가치 보다 작고 소탈하지만 그대로 인정하며 존중하는 내면적 가치가 느껴지는 여행. 거대한 중국 땅의 소수민족에 관심을 돌린 그 소수자적 관점이 그렇고, 여행자와 현지인을 상호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착한 프로그램이 그랬다. 고급스런 자금성을 코앞에 두고 후미진 ‘후퉁’ 뒷골목을 누비는 건 공정족만의 독특한 여행방식이 아닐까. 명나라, 청나라 시대 ‘촨디샤’ 마을의 고택에서의 집단적 하룻밤도 나름 잊을 수 없는 한 장면. 중국식 주택인 ‘사합원’은 오래되어 기품은 있는데, 방방이 작은 소리마저도 모두가 공유하게 되는 구조이니 그 때 그 시절 아이는 어찌 낳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리하여 공정여행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가치를 품은, 요즘말로 개념에 찬 ‘개념여행’이다.
다음 공정여행을 기대하며
무엇보다 공정여행은 여행자에게 이상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다. 첫날 만난 뚱한 표정의 아이들 얼굴이 마지막 날 환하게 변해있어 신기했다. 내몽골 체질이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비로소 알아차린 한결이, 상화가 그 장본인. TV가 없고 게임도 못해 엄청 재미 없어할 줄 알았는데, 만주, 백두산 등 다음 공정여행지를 다 가고 싶다고 설문지에 답했다. 30명이 넘는 대부대가 고작 4박5일 같이 지냈을 뿐이다. 공정여행을 찾아온 독특한 사람들이라 그런가, 대화를 하다 보니 지나온 삶의 궤적에서도 많은 공감대를 발견했다. 그새 깊은 정이라도 든 건지 인천공항에서 헤어지는데 아쉬움에 뭉클한 느낌이 들더라. 아마도 55기 공정족 후속모임이 조만간 생길 것 같다. 회장 후보는 두 명 정도로 압축이 되는데 경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로도 연관이 있는 정다운 기자와는 벌써 술 약속을 잡았다. 도대체 공정여행은 사람들에게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공정여행 망하지 말고 계속 잘 이어가라고 출근하자마자 국제민주연대 후원회원 가입을 신청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후다닥 여행후기를 써서 올린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음 공정여행을 기대하며… “55기 공정족 모두 건강하세요~~”
<내몽골 초원에서>
<만리장성-잔장성>
<촨디샤마을>

2015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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